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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제왕의 첩(2012) 본문

일이 하기 싫어서 괜스레 옛날에 보고 좋았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생각해 급하게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영화는 어제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려서 떠오른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조여정 배우가 했던 작품 중에 제일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당시에 영화를 홍보할 때 조여정 배우가 노출 연기를 했고 영화 내에서 별로 많지도 않은 정사 장면을 적극적으로 영화 홍보에 사용해서 극장에서 안 봤다.(...) 거기다 12년도 당시에는 그냥 조여정 배우에 대해서 아담하고 예쁜, 그리고 노출 연기를 좀 자주 하는 배우 정도로만 생각했었고, 그러다 15년도에 조여정 배우가 주연한 <워킹걸>을 보게 됐다. 그 영화를 통해서 조여정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연기를 잘했고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배우라는 것을, 한 번 조여정 배우를 보면 다시 안 보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조여정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다 훑어보기 시작했는데...
조여정 배우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눈이 있다는 것을 필모를 다 훑어보고 알았다. 이 배우의 필모중 가장 좋은 걸 꼽아보자면 하나는 <방자전>이고 하나는 지금 이야기하는 <후궁:제왕의 첩>이다.
아무튼 조여정 배우는 좋은 배우이고 필모에 있는 작품 중 거를 타선이 거의 없으니 조여정 배우를 잘 모른다 싶으면 <기생충>이외의 작품들을 제발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후궁:제왕의 첩>을 다보고 든 생각은 '시발? 이걸 그때 당시에 그딴 식으로 홍보했단 말이야?'이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여배우의 노출 연기와 정사 장면으로 소비될 영화가 정말 아니었다.
잘 만든 축에 드는 궁중 암투물이고 여성이 싸워나가는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왕과 대군, 중신들은 정말 곁다리고 중심은 조여정 배우가 맡은 연화와 박지영 배우가 맡은 대비다.
영화가 시작되고 연화는 정말 끔찍한 운명으로 내던져진다. 아버지는 연화의 의사도 묻지 않고 대군(김동욱)에게 연화를 시집보내겠다고 멋대로 약속했고. 대군의 친어머니인 대비는 고작 참판댁 딸에게 눈먼 아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왕(정찬)에게 후사를 위한 명목으로 후궁을 뽑자고 간택령을 내려버린다. 대비가 손써둔 덕에 연화는 졸지에 후궁으로 간택되어 들어갈 운명에 처해진다.
대군은 결혼을 약속했던 참판을 찾아가 나랑 결혼시켜 준다고 했으면서 이러면 어쩌냐고 술에 꼴아서 참판 집에서 난동을 부리는데. 연화는 자신의 뜻대로 살겠다고 그 틈을 타 사랑하던 하인 권유(김민준)과 도망친다. 그렇게 권유와 도망친 산속 움막에서 연화는 뜨거운 밤을 보내다 아버지가 사람을 끌고 와 찾아내는 바람에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겠다고 후궁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권유는 고자가 되어버렸고.(애초에 의문인 게 도망쳐서 잘 숨은 다음에나 뜨거운 밤을 보낼 것이지 왜 도망치다 말고 산 중턱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연화는 왕의 후궁으로 들어가 살며 왕과 아들을 낳는다. 아무튼 왕이 병환이 심해 숨이 끊어져가는데 왕위를 이을 후사가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화의 운명은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비의 아들인 대군이 왕위를 잇고 아버지는 누명을 써서 죽고,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연화와 아들의 처지도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그리고 연화는 누구에게 의지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왕이 된 대군과 내시가 되어버린 옛사랑을 이용한다.
결과적으로는 연화가 남자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둘을 내려다보며 이용해 생존을 쟁취하고, 그 과정에서 연화라는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다.
결말로 가는 과정을 그리는 동안 군더더기는 거의 없고.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로 흘러가서 몇 안 되는 정사 장면들도 불편함이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영화가 진짜 잘 만들었구나 하고 보던 때 생각했었고, 그다음에는 연화라는 인물이 결국엔 대비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인물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미 대비가 걸었던 길을 똑같지는 않아도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제 몸도 마음대로 못한단 말인가?"하고 말하던 연화와 "왕자는 누구의 아이도 아니야, 바로 내 아이지."라고 말하는 연화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동시에 연화가 대비였고 대비가 연화였다는 생각을 엔딩을 보면서 생각했더랬다.
엔딩장면에서 조여정 배우가 옥좌 앞에 섰을 때, 그리고 그곳으로 천진하게 달려가는 아이를 보고 있을 때, 등 뒤에서 편전의 문이 닫힐 때 그때 연화라는 인물의 변화가 압축되어 순식간에 드러난다.
남성의 입장에서의 성적 판타지가 아예 들어가 있지 않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12년도에 나온 영화 치고는 꽤 괜찮다.
최근 리뷰 평점도 꽤 괜찮아서 묻힌 명작이 아닌가싶다.
현재 넷플릭스와 왓챠에도 있고 네이버 시리즈 온, 플레이 무비에서 다 볼 수 있는 것 같으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안한 루트로 보시면 될 듯하다.